새 큐레이션 「카메라가 서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가게도 사람도 옷도 빛도 전부 고정하고 카메라만 아홉 번 옮긴 아홉 장입니다.
왜 이걸 따로 뽑았냐면 — 구도와 앵글이 자꾸 섞여서입니다. 「구도의 문법」은 화면 안에 무엇을 어디 놓을까이고, 앵글은 카메라가 어디 서 있을까입니다. 둘은 독립입니다. 삼분할은 아홉 앵글 전부에서 가능해요.
아이 레벨, 1.6m, 렌즈축 수평. 앵글을 안 적으면 모델이 오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아이 레벨은 지시가 아니라 기본값입니다. 다른 여덟 장은 전부 "여기서 얼마나 벗어났나"로 읽으면 됩니다.
로우 앵글. 흔히 "인물이 커 보인다"로 설명하는데, 실제로 화면을 바꾸는 건 그게 아닙니다. 배경이 하늘로 바뀌는 것입니다.
하이 앵글은 정확히 반대예요. 하늘이 사라지고 바닥이 배경이 됩니다. 인물이 작아 보이는 건 부수 효과고요.
그래서 앵글을 고를 때 "당당하게 vs 초라하게"로 생각하지 말고 "뒤에 뭘 두고 싶은가"로 생각하는 게 훨씬 잘 맞습니다.
웜즈아이는 로우 앵글을 끝까지 민 것입니다. 여기서 배운 것 — worm's eye라고만 쓰면 그냥 조금 낮은 사진이 옵니다. 통한 건 "가장 가까운 자갈이 건물만 하게 보인다"였어요.
앵글 이름은 약한 단어입니다. 카메라 높이를 숫자로 적고, 그 높이에서 생기는 결과(수직선이 모인다 / 앞 것이 거대해진다)를 같이 적어야 합니다.
수직 90도. 자전거가 타원 두 개, 화분이 원, 사람이 어깨와 정수리가 됩니다. 사진이 아니라 평면도예요.
이 장은 두 번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실패 원인이 이번 배치에서 제일 배울 게 많았어요.
아홉 장의 일관성을 위해 기준 컷을 레퍼런스 이미지로 물려서 만들고 있었는데, 탑다운만 계속 60도쯤에서 멈췄습니다. 간판과 하늘이 자꾸 따라왔고요.
원인은 프롬프트가 아니라 레퍼런스였습니다. 레퍼런스 사진에는 정면 파사드가 크게 들어 있고, 모델이 그걸 "이 장면에는 파사드가 보여야 한다"로 읽은 겁니다. 레퍼런스와 지시가 서로 싸우면 레퍼런스가 이깁니다.
고친 방법은 그 한 장만 레퍼런스를 떼는 것이었습니다. 탑다운은 어차피 정면이 안 보이니까 일관성이 깨질 게 없었어요.
규칙: 레퍼런스가 보여 주는 것과 반대되는 지시를 하려면 레퍼런스를 빼세요. 문장을 더 세게 쓰는 걸로는 안 이깁니다
같은 아이 레벨인데 90도 옆으로 걸어가 벽을 따라 봤습니다. 렌즈축이 벽과 평행이 되면 벽이 하나의 평면으로 읽히고 소실점이 화면 끝으로 밀려나요.
기준 컷과 높이가 같은데 완전히 다른 사진입니다. 앵글에는 높이 말고 방위라는 축이 하나 더 있습니다.
남은 세 장은 높이도 방위도 아니라 "카메라가 누구인가"의 문제입니다.
오버 더 숄더. 이 앵글이 하는 일은 단 하나 — 둘 사이에 관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요령은 앞사람을 초점 밖 덩어리로 두고 화면의 3분의 1을 주는 것. 앞사람이 선명하면 주인공이 둘이 됩니다.
3/4 후면. 여기도 한 번 실패했습니다. "뒤에서"라고만 썼더니 오버 더 숄더와 거의 같은 그림이 나왔어요.
고친 건 두 가지입니다 — 카메라가 가게 안에 있다고 위치를 못 박고, 등을 보이는 사람이 주인 본인이라고 지정한 것. 앵글 이름만으로는 부족하고 카메라가 어느 방에 서 있는지를 적어야 갈립니다.
POV. 카메라가 아예 손님의 눈이 됩니다. 성립 조건이 딱 두 개예요 — 화면 아래로 들어온 내 손, 그리고 렌즈를 정면으로 보는 상대. 하나만 빠져도 그냥 가까이서 찍은 사진이 됩니다.
"1인칭 시점"이라고 쓰지 마세요. 내 몸의 어느 부위가 화면에 들어오는지를 적으면 한 번에 됩니다.
아홉 번째 칸은 원래 더치 앵글이었습니다. 세 번 시도해서 세 번 다 실패했습니다.
① 각도를 숫자로(rolled 15 degrees clockwise) ✕ ② 그림 자체를 서술(지면선이 대각선, 모든 수직선이 기욺) ✕ ③ 모델 교체(Grok → FLUX.2) ✕
보통은 모델을 바꾸면 풀리는데 이번엔 안 풀렸습니다. 그래서 이건 모델의 기본값이 아니라 범주의 한계로 봅니다 — 롤은 찍고 난 뒤 프레임의 성질이고, 학습 데이터에 기울어진 사진 자체가 거의 없거든요.
결론은 시시합니다. 더치 앵글은 이미지를 돌려서 만드세요. 물리적으로 완전히 같은 결과이고, 프롬프트로 얻으려다 크레딧만 씁니다.
이건 프롬프트로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경계를 알려 주는 사례라 버리지 않고 「버리지 않은 실패작들」에 올려 뒀습니다. 아홉 번째 칸은 POV로 바꿨고요.
다음 글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거리를 아홉 단계 만들어 봤습니다 — 그리고 그쪽에서 인물을 아홉 장 내내 같은 사람으로 고정한 방법을 적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