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미래 시민 세 번째입니다. 2055년은 절제, 2085년은 과장이었는데 둘 다 증명사진 규격이었어요.
이번엔 규격을 벗었습니다. 그리고 직업이 아니라 사는 방식으로 잡았어요. 미래 도시에서 그냥 멋있게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미래 패션을 그리라고 하면 대개 같은 게 나옵니다. 네온, 검정 가죽, 실루엣 없는 테크웨어. 어느 나라 도시인지 알 수 없는 옷이죠.
그래서 관통 장치를 하나 뒀습니다 — 미래 패션에 한복의 선을 남기기.
코트 앞섶이 저고리처럼 대각선으로 여며지고, 그 선을 따라 빛이 한 줄 흐릅니다.
트램의 봄버도 마찬가지예요. 소재와 조명은 완전히 미래인데 여밈은 저고리입니다.
이건 액체 금속처럼 흐르는 트렌치인데, 떨어지는 선은 두루마기고 허리를 넓은 띠로 묶었습니다.
구조를 빌리되 재료와 빛은 미래로 두면 됩니다. 한복을 그대로 입히면 사극이 되고, 안 쓰면 국적 없는 SF가 되니까요.
이 시리즈에서 제일 좋아하는 컷입니다. 60대 남성이 고가 정원 벤치에 앉아 팔을 무릎에 얹고 정면으로 카메라를 봅니다.
옷은 오트밀 울 코트 하나예요. 발광도 없고 반투명도 없습니다. 그런데 아홉 장 중 제일 멋있습니다. 미래 도시에서 제일 멋진 사람이 젊을 필요는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수상 시장의 20대는 쪼그려 앉아 물에 손을 담그고 있습니다. 미래라고 다 꼿꼿이 서 있을 필요 없죠. 이 자세가 이 사람을 생활인으로 만듭니다.
옥상의 남자는 난간에 기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미래 옷은 편하게 입고 있어야 진짜 옷처럼 보입니다. 차렷 자세로 서 있으면 그때부터 의상 대여점 사진이 돼요.
전부 85mm f/1.4로 지정하고 배경을 완전히 뭉갰습니다.
미래 도시를 또렷하게 그리면 배경을 보게 됩니다. 건물이 몇 층인지 차가 어떻게 뜨는지요. 뭉개면 사람만 남고, 도시는 색과 빛으로만 존재합니다.
이 시리즈는 도시 소개가 아니라 사람 소개라서 그게 맞았습니다.
해변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출을 예쁘게 찍는 대신 역광으로 놓고 얼굴을 그늘에 뒀어요.
트램 컷에서 인물이 요청과 다르게 나왔습니다. 한국인 20대를 적었는데 다른 인상이 왔어요.
다시 쓸 때 대문자로 국적을 앞에 박고 외모를 한 번 더 적었습니다 — a KOREAN man in his early 20s, East Asian features, black hair. 이런 건 문장 앞쪽에 둘수록 잘 먹힙니다.
같은 도시, 같은 미래인데 형식만 바꿔서 세 번 그렸습니다.
셋 다 필요하더군요. 미래 도시를 한 장으로 보여주려 하면 대개 실패하는데, 형식을 바꿔가며 세 번 물으면 꽤 잡힙니다.
다음엔 정말로 같은 사람의 2055년과 2085년을 짝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