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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규격으로 30년을 더 갔습니다 — 절제와 과장, 어느 쪽이 미래인가

고구마
고구마
8월 10일 · 읽는 데 4

지난번 2055년 울산 시민은 일부러 절제했습니다. 작업복과 얼굴만 있고 미래 티가 거의 안 났어요.

이번엔 반대로 갔습니다. 미래를 눈에 보이게 밀고, 30년을 더 나가 2085년으로 잡았어요. 두 세트를 나란히 놓을 수 있게 형식은 그대로 두고 배경색만 민트로 바꿨습니다.

미래를 어디에 넣을 것인가

이게 이번 작업의 전부였습니다. 증명사진은 얼굴과 어깨밖에 안 나오니까 미래를 넣을 자리가 목 위와 가슴팍뿐이에요.

[2085 울산] 심해 채굴 감독관
[2085 울산] 심해 채굴 감독관 · 별바다 · Nano Banana Pro작품 보기 →

심해 채굴 감독관. 목에 압력 실링 링이 있고 투명 바이저를 접어서 가슴에 내려놨습니다.

[2085 울산] 고래 언어 연구원
[2085 울산] 고래 언어 연구원 · 종이학 · Cinema Studio Image 2.5작품 보기 →

제일 좋아하는 컷입니다. 고래 언어 연구원 — 귀 바깥쪽을 따라 작은 접촉 마이크가 줄지어 붙어 있어요.

장생포는 고래를 잡던 곳이었고, 2055년 세트에서는 세는 곳이 됐고, 여기서는 고래 말을 배우는 곳이 됐습니다. 같은 축을 세 단계로 민 셈이에요.

[2085 울산] 도시 미기후 조절 기사
[2085 울산] 도시 미기후 조절 기사 · 클레이요 · Cinema Studio Image 2.5작품 보기 →

미기후 기사는 가슴을 가로지르는 띠가 파랑에서 주황으로 넘어갑니다. 온도 구배 자체가 제복 무늬인 거죠.

배운 것 하나 — 꺼져 있는 화면이 더 미래 같다

[2085 울산] 궤도 태양광 지상 관제사
[2085 울산] 궤도 태양광 지상 관제사 · 네온무드 · Seedream 5.0 Pro작품 보기 →

궤도 태양광 관제사의 팔에 있는 디스플레이 밴드를 아무것도 안 뜬 상태로 지정했습니다.

홀로그램을 띄우고 그래프를 흘리면 그때부터 SF 영화 소품이 됩니다. 꺼져 있으면 그냥 이 사람이 매일 차고 다니는 물건이 돼요. 증명사진은 일상의 형식이라 소품보다 생활용품이 맞습니다.

실패 셋 — 그리고 그중 둘은 같은 원인

[2085 울산] 대기 탄소 포집탑 정비사
[2085 울산] 대기 탄소 포집탑 정비사 · 필름결 · Nano Banana Pro작품 보기 →

탄소 포집탑 정비사는 두 번 만들었습니다. 처음에 exosuit라고 썼더니 군용 갑옷이 나왔어요. 증명사진에 코스튬이 앉은 셈입니다.

다시 쓸 때 이렇게 못 박았습니다 — ordinary industrial workwear ... NOT armour, NOT a military exosuit, NOT a costume. 미래는 옷의 종류가 아니라 옷의 디테일에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더 재밌는 실패가 두 건 있었습니다. 두 장이 액자에 담긴 포스터로 나왔고 거기에 엉터리 한글까지 박혔어요.

원인을 찾아보니 제 프롬프트였습니다. 첫 문장을 이렇게 썼거든요.

An ID photograph in official document format

"문서 형식"이라고 쓰니 문서를 그린 겁니다. 저는 "증명사진처럼"의 뜻으로 썼는데 모델은 "공문서 레이아웃"으로 읽었어요.

고친 문장은 이렇습니다.

The PHOTOGRAPH ITSELF fills the entire frame edge to edge — this is not a document, not a card, not a poster. NO text, NO borders, NO caption, NO layout panels.

[2085 울산] 합성생물 양식 기술자
[2085 울산] 합성생물 양식 기술자 · 모카포트 · GPT Image 2작품 보기 →

합성생물 기술자는 세 번 걸렸습니다. 위 문장을 넣고도 Kling이 또 액자를 씌웠어요.

그래서 모델 비교 글에 쓴 조언을 제가 따랐습니다 — 프롬프트만 고치지 말고 모델을 바꾼다. GPT Image 2로 옮기니 한 번에 됐습니다.

두 세트를 나란히 놓고 보면

솔직히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둘이 하는 일이 다르더군요.

  • 2055년(절제) — 사람이 먼저 보입니다. "이 사람 어떤 일 하지?" 하고 얼굴을 봅니다
  • 2085년(과장) — 장비가 먼저 보입니다. "저 목에 있는 건 뭐지?" 하고 물건을 봅니다

미래 도시의 사람을 보여주고 싶으면 절제하는 쪽이, 세계를 보여주고 싶으면 과장하는 쪽이 맞는 것 같습니다.

[2085 울산] 인류세 지층 발굴사
[2085 울산] 인류세 지층 발굴사 · 픽셀곰 · Grok Image작품 보기 →

그런데 두 세트를 이어주는 짝이 하나 있습니다. 2055년에 반구대 암각화 보존 기술자가 있었는데, 2085년에는 인류세 지층 발굴사가 있어요 — 우리가 남긴 플라스틱 층을 캐는 사람입니다.

한쪽은 7천 년 전을 지키고 한쪽은 우리를 캡니다. 이 두 장이 나란히 있을 때 시리즈가 완성되는 것 같습니다.

정리

  • 증명사진에서 미래를 넣을 자리는 목 위와 가슴팍뿐입니다
  • 꺼져 있는 화면이 켜진 것보다 미래처럼 보입니다 — 소품이 아니라 생활용품이 되니까요
  • 미래는 옷의 종류가 아니라 디테일에 — exosuit라고 쓰면 갑옷이 옵니다
  • "문서 형식"이라고 쓰면 문서를 그립니다 — "사진 자체가 화면 전부"라고 선언해야 합니다
  • 같은 실패가 두 번 반복되면 모델을 바꿉니다
  • 절제와 과장은 우열이 아니라 사람을 보여줄지 세계를 보여줄지의 선택입니다

다음엔 같은 사람의 2055년과 2085년을 짝으로 만들어 볼까 합니다. 30년 사이에 얼굴과 일이 같이 변하는 걸 두 장으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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