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미래 시민을 증명사진으로 그려봤습니다. 아홉 명이요.
왜 증명사진이냐면, 이게 세상에서 가장 규격화된 사진이기 때문입니다. 배경도 조명도 각도도 표정도 전부 고정돼 있어요. 그래서 사람과 옷차림만 남습니다. 그게 이 기획의 전부입니다.
미래 도시를 그릴 때 제일 흔한 실수가 아무 데나 갖다 놔도 되는 미래를 그리는 겁니다. 홀로그램 띄우고 네온 붙이면 그건 울산이 아니라 그냥 미래죠.
그래서 울산이 지금 실제로 가진 축에서 30년을 밀었습니다.
부유식 해상풍력. 울산 앞바다에 정말 들어선다면 그걸 손으로 고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수소. 울산은 이미 밀고 있죠. 30년 뒤엔 주유소 고치던 사람 자리에 이 사람이 있을 겁니다.
고래. 장생포가 고래를 잡던 곳에서 세는 곳이 된다면.
조선. 용접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로봇과 나눠 하게 될 거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완장에 ROBOT-CELL OPERATOR가 붙었어요.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이겁니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 기술자.
울산에는 7천 년 된 고래 그림이 있고 물에 잠겼다 드러나기를 반복합니다. 가장 오래된 것을 지키는 게 미래의 직업이기도 하다는 게 이 시리즈에서 하고 싶었던 말입니다.
첫 아홉 장 중 세 장이 규격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림 자체는 다 괜찮았는데요.
보통 시리즈면 넘어갈 수준이에요. 그런데 증명사진 시리즈에서는 이게 곧 실패입니다. 나란히 놓았을 때 규격이 어긋난 한 장이 있으면 보는 사람이 사람을 안 보고 규격을 봅니다.
다시 만들 때 세 가지를 못 박았습니다.
STRICT FRAMING: the crop ends at the middle of the upper arm — nothing below the armpit is in frame
a completely FLAT uniform pale blue backdrop, one single even tone edge to edge. Absolutely NO gradient, NO vignette, NO shadow falling on the backdrop
어디서 자르는지를 신체 부위로 지정한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상반신"이나 "어깨까지"는 해석의 폭이 넓은데 "겨드랑이 아래는 화면에 없다"는 애매하지 않아요.
다시 만든 두 장입니다. 규격이 맞으니 이제 얼굴만 보입니다.
증명사진이라고 해서 신분증처럼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관인, 국가 문장, 주민등록번호, 발급기관 같은 걸 하나도 안 넣었어요.
이건 창작물이고 실존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공적 표식을 붙이면 가짜 신분증에 가까워집니다. 작품으로 남으려면 사진까지만이어야 한다고 봤어요.
여러분 동네의 30년 뒤 시민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직업 이름만 주시면 만들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