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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5년 울산 시민을 증명사진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고구마
고구마
8월 10일 · 읽는 데 3

울산의 미래 시민을 증명사진으로 그려봤습니다. 아홉 명이요.

왜 증명사진이냐면, 이게 세상에서 가장 규격화된 사진이기 때문입니다. 배경도 조명도 각도도 표정도 전부 고정돼 있어요. 그래서 사람과 옷차림만 남습니다. 그게 이 기획의 전부입니다.

어떤 직업을 넣을까

미래 도시를 그릴 때 제일 흔한 실수가 아무 데나 갖다 놔도 되는 미래를 그리는 겁니다. 홀로그램 띄우고 네온 붙이면 그건 울산이 아니라 그냥 미래죠.

그래서 울산이 지금 실제로 가진 축에서 30년을 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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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식 해상풍력. 울산 앞바다에 정말 들어선다면 그걸 손으로 고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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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울산은 이미 밀고 있죠. 30년 뒤엔 주유소 고치던 사람 자리에 이 사람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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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장생포가 고래를 잡던 곳에서 세는 곳이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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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용접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로봇과 나눠 하게 될 거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완장에 ROBOT-CELL OPERATOR가 붙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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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마음에 드는 건 이겁니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 기술자.

울산에는 7천 년 된 고래 그림이 있고 물에 잠겼다 드러나기를 반복합니다. 가장 오래된 것을 지키는 게 미래의 직업이기도 하다는 게 이 시리즈에서 하고 싶었던 말입니다.

규격을 못 맞추면 시리즈가 아니다

첫 아홉 장 중 세 장이 규격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림 자체는 다 괜찮았는데요.

  • 한 장은 배경이 그라데이션이었습니다
  • 한 장은 배경에 그림자가 졌습니다
  • 한 장은 허리까지 나왔습니다

보통 시리즈면 넘어갈 수준이에요. 그런데 증명사진 시리즈에서는 이게 곧 실패입니다. 나란히 놓았을 때 규격이 어긋난 한 장이 있으면 보는 사람이 사람을 안 보고 규격을 봅니다.

다시 만들 때 세 가지를 못 박았습니다.

STRICT FRAMING: the crop ends at the middle of the upper arm — nothing below the armpit is in frame

a completely FLAT uniform pale blue backdrop, one single even tone edge to edge. Absolutely NO gradient, NO vignette, NO shadow falling on the backdrop

어디서 자르는지를 신체 부위로 지정한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상반신"이나 "어깨까지"는 해석의 폭이 넓은데 "겨드랑이 아래는 화면에 없다"는 애매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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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든 두 장입니다. 규격이 맞으니 이제 얼굴만 보입니다.

일부러 안 넣은 것

증명사진이라고 해서 신분증처럼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관인, 국가 문장, 주민등록번호, 발급기관 같은 걸 하나도 안 넣었어요.

이건 창작물이고 실존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공적 표식을 붙이면 가짜 신분증에 가까워집니다. 작품으로 남으려면 사진까지만이어야 한다고 봤어요.

정리

  • 미래 도시는 그 도시가 지금 가진 것에서 밀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아무 데나 갖다 놔도 되는 미래가 됩니다
  • 규격 시리즈에서는 규격 이탈이 곧 실패입니다. 한 장만 어긋나도 시리즈가 안 됩니다
  • 자르는 위치는 신체 부위로 지정합니다 — "어깨까지"보다 "겨드랑이 아래는 없다"
  • 배경은 부정어 세 개로 — 그라데이션 없이, 비네트 없이, 그림자 없이
  • 미래 직업은 사라지는 것보다 바뀌는 것으로 상상하는 게 재밌습니다 — 용접사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로봇과 나눠 합니다

여러분 동네의 30년 뒤 시민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직업 이름만 주시면 만들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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