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프트에 beautiful lighting이라고 써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결과가 제 예상과 달랐어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름다운 빛이라는 조명은 없거든요. 있는 건 광원의 위치, 크기, 개수, 색온도뿐입니다. 이번에는 조명 아홉 가지에 각각 이름을 붙이고, 아홉 개의 서로 다른 모델로 하나씩 만들어 봤습니다.
해를 등지지 않고 정면에 둡니다. 그러면 얇은 것들이 전부 반투명해져요. 마른 이삭 하나하나가 속까지 비칩니다. 핵심 단어는 backlit과 translucent입니다.
네온 골목 프롬프트가 밋밋해지는 이유는 대개 색을 하나만 적어서입니다. 마젠타와 시안을 같은 벽의 from opposite sides로 지정하면 가운데 차가운 이음새가 생기고, 그 경계가 화면을 잡아 줍니다.
광원이 작으면 빛이 몇 센티만에 뚝 떨어집니다. 이걸 말로 옮기면 falling off steeply into blackness within inches예요. "어둡게"가 아니라 어디서부터 어두운지를 적는 게 중요합니다.
정오 직사광의 특징은 밝기가 아니라 그림자 경계입니다. razor sharp with almost no penumbra. penumbra(반그림자)라는 단어 하나가 "강한 햇빛"보다 훨씬 정확하게 먹혔습니다.
4번의 정반대입니다. no harsh shadows anywhere, gradual falloff. 흐린 날 북향 큰 창은 실제 스튜디오 장비로는 흉내 내기 어려운 크기의 광원이에요.
블루아워가 20분뿐인 이유는 균형이 금방 깨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프롬프트에도 균형을 적었습니다 — the two color temperatures balanced against each other. 그냥 "파란 저녁"이라고 쓰면 그냥 밤이 나옵니다.
한지 문은 빛을 막지 않고 빛으로 변합니다. the whole surface acting as one large soft source라고 적었더니 격자는 어두워지고 종이만 빛나는 관계가 제대로 잡혔어요. 섬유가 비쳐 보이는 게 증거입니다.
사방에서 동시에 오는 빛이라 그림자가 아예 없습니다. 그건 성공했어요. 그런데 제가 원한 건 실패했습니다. 젖어서 색이 깊어지길 바랐는데(deeply saturated by the moisture) 오히려 탈색된 느낌으로 나왔습니다. 무영광과 저채도가 모델 안에서 같이 묶여 있는 게 아닐까 싶은데, 아직 확인 못 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정면에서 비춘 도자기가 나왔습니다. lit only from behind라고 적었는데도요. 두 번째에는 금지어를 넣었습니다.
The front-facing surface must remain almost completely black with no fill light at all. No frontal illumination whatsoever.
그제서야 됐어요. 무엇을 원하는지만 적지 말고 무엇이 있으면 안 되는지를 적으니 통했습니다. 이게 이번 실험에서 제가 제일 크게 배운 부분입니다.
같은 프롬프트를 아홉 모델에 돌린 거라 모델별 성향 차이도 섞여 있습니다. 그건 다음에 따로 정리해 볼게요. 여러분은 어떤 조명 단어가 제일 잘 먹히던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