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그리는 방법은 많은데, 이번엔 좀 다르게 접근해 봤습니다. 지금의 미래 말고 과거의 미래를요.
1900년부터 2000년까지, 각 시대가 상상한 미래를 아홉 장으로 만들었습니다. 만들고 나서 나란히 놓아 보니 재밌는 게 보이더군요.
1900년입니다. 신사들이 날개를 퍼덕이는 비행기계를 타고 파리 상공을 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날개예요. 1900년은 새를 못 벗어났습니다. 고정익이라는 발상이 아직 없었으니까요. 각 시대는 자기가 아는 것으로만 미래를 짓습니다.
1990년대는 더 노골적입니다. 와이어프레임 격자, 로우폴리 건물, 크롬 구체.
이건 미래가 아니라 그 시절 컴퓨터가 그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도구의 한계가 그대로 미래상이 됐어요. 프롬프트에 period CGI limitations visible이라고 한계까지 재현하라고 적었습니다.
이번 시리즈 최고작입니다. "LIVING BETTER, THE ATOMIC WAY!" — 부엌 한구석에 가정용 원자로가 냉장고처럼 놓여 있고 주부가 웃으며 버튼을 누릅니다.
지금 보면 섬뜩한데, 50년대엔 진심이었습니다. 원자력은 그때 희망이었어요.
그러다 80년대에 처음으로 미래가 어두워집니다. 젖은 아스팔트, 네온, 감시. 그 전까지 미래는 늘 밝고 깨끗했거든요. 이 전환이 이 시리즈에서 제일 뚜렷한 변곡점입니다.
60년대는 미래를 재료로 상상했습니다. 흰 플라스틱, 이음매 없는 곡면, 에그 체어.
Y2K도 재료예요 — 반투명, 액체 크롬, 이리데센트. 다만 Y2K의 특징이 하나 더 있는데, 기능을 알 수 없는 물건이라는 겁니다. 프롬프트에도 an object that does nothing identifiable이라고 적었어요. 뭐 하는 건지 몰라야 미래처럼 보였던 시기입니다.
마지막은 실제로 없었던 미래상입니다. 조선이 기계 시대를 상상했다면 어땠을까요.
규칙은 하나만 뒀습니다 — no plastic or steel anywhere. 옻칠한 나무, 한지, 놋쇠, 물레바퀴, 명주실. 그것만으로 거대한 자동인형을 짓게 했어요.
재료를 제한하니 구조가 저절로 달라지더군요. 강철이 없으면 톱니를 크게 만들 수밖에 없고, 동력이 물이면 건물이 물가에 있어야 합니다. 미래상은 결국 그 시대가 가진 재료의 함수인 것 같습니다.
1930년대만 두 번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포스터가 액자에 담겨 방에 걸린 사진이 나왔거든요. "일러스트 자체가 화면 전부"라고 못 박아야 했습니다 — 시대 양식을 요청하면 종종 이렇게 액자를 씌워 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