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한국 TV 드라마의 한 장면. VHS 테이프 화질(번지는 색, 주사선, 낮은 해상도)을 끝까지 유지한다.
비 내리는 골목에서 남자가 우산을 든 채 한 걸음 다가가며 떨리는 목소리의 한국어로 말한다: "가지 마. 비 맞잖아."
여자는 잠시 멈춰 섰다가 대답 없이 고개를 돌리고, 빗속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카메라는 남자의 얼굴을 향해 아주 느리게 줌인한다.
빗소리와 멀리서 들리는 천둥, 90년대 드라마풍의 애절한 색소폰 선율이 작게 깔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