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토이피케이션·안티-AI·ASMR을 만들었으니 이번엔 겹치지 않는 걸 찾아봤습니다. 또 세 개가 나왔어요 — 미니어처 다이오라마, 놀링, 역사 POV.
이 시리즈 최고작입니다. 전구 안에 등대를 넣었는데, 필라멘트가 그대로 등대 불빛이 됐어요.
미니어처 다이오라마의 핵심이 여기 있습니다. 그냥 작게 만드는 게 아니라 담는 그릇의 기능을 그대로 써먹는 겁니다.
커피잔은 커피 표면이 바닥이 되고 손잡이가 나선 계단이 됩니다.
찜기는 만두가 좌석이 되고요.
어항 한옥에는 농담을 하나 넣었습니다. 뒤쪽 진짜 어항의 금붕어가 초점 밖에서 헤엄쳐요.
공통 기술은 셋입니다 — tilt-shift miniature effect, extremely shallow depth of field, macro. 이 세 개가 있어야 진짜 작아 보입니다. 없으면 그냥 작게 그린 그림이에요.
놀링은 물건을 전부 분해해서 직각과 평행으로만 정렬하고 위에서 찍는 방식입니다.
프롬프트에서 제일 중요한 건 정렬을 강박적으로 요구하는 것이었어요.
shot perfectly straight down from directly above/every item aligned to a strict grid at right angles and evenly spaced/everything parallel or perpendicular/obsessive alignment
그리고 정렬 기준을 지정하면 훨씬 좋아집니다.
카메라 분해에서는 lens elements in descending size order, screws sorted by length, aperture blades fanned in a row. "정리해라"가 아니라 "무엇을 무엇 순으로"까지요.
키보드는 마지막 한 줄이 살렸습니다 — 키캡을 원래 자판 배열 그대로 따로 늘어놓기. 부품을 늘어놓다가 원래 모습을 한 번 보여주는 게 좋더군요.
반찬은 완성된 상 대신 재료 상태로 늘어놨습니다. 마늘을 등간격으로 놓는 게 놀링입니다.
이게 지금 숏폼에서 제일 큰 영상 포맷입니다. 1인칭으로 과거에 들어가는 브이로그예요.
재밌는 건 이게 제가 그동안 해온 것과 정반대라는 겁니다. 저는 영상마다 static locked-off camera를 넣어 왔는데, 이 포맷은 흔들려야 성립합니다.
조선 장터입니다. 여기서 제일 중요했던 한 줄은 이거예요.
vendors turning to look at the camera
지나가는 사람이 나를 봐야 내가 거기 있는 게 됩니다. 아무도 안 보면 그냥 시대극 화면이에요.
88올림픽은 팔을 뻗어 든 셀피 브이로그로 지정했더니 손이 프레임에 들어왔습니다. 이 손 하나가 "내가 찍고 있다"를 만듭니다.
1970년대 명동에서 배운 것 — 시대를 만드는 건 옷보다 간판입니다. 손으로 그린 간판과 극장 광고판을 적으니 바로 그 시절이 됐어요.
90년대 PC방은 형광등 색이 전부였습니다. green-tinted fluorescent light 한 줄로 그 시절이 됩니다.
라면 냄비 온천인데, 처음엔 거절됐습니다. 프롬프트에 tiny bathers라고 썼거든요.
얼마 전 쓴 NSFW 글의 방법을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 판정을 다투지 말고 그림을 바꾼다.
six tiny fully-clothed figures wearing long spa robes and slippers, holding small towels. Everyone is fully dressed in robes.
한 번에 통과했고, 가운 입은 미니어처가 더 귀엽게 나왔습니다. 제 글에 적은 "좋은 우회는 작품을 손상시키지 않는다"가 또 맞았어요.
세 포맷 다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각각 딱 한 가지 핵심이 있고 그걸 빠뜨리면 안 됩니다 🍠
다음엔 뭐가 유행할까요. 보이는 게 있으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