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절제하는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여백을 두라거나, 이상한 건 하나만 넣으라거나, 색은 세 가지로 제한하라거나요.
이번엔 정반대로 갔습니다. 채도를 끝까지, 밀도를 끝까지. 그런데 막상 해보니 화려함에도 규칙이 있더군요.
홀리 축제입니다. 색가루가 공중에 가득한데, 결정적인 건 빛이 뒤에서 온다는 것이었어요.
앞에서 비추면 가루가 그냥 먼지입니다. 뒤에서 비추면 구름 자체가 발광체가 돼요. 같은 가루인데 광원 위치 하나로 갈립니다.
영상도 똑같았습니다. backlit so the clouds glow 한 줄이 이 장면의 전부예요.
오락실은 두 번 만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텅 빈 오락실이 나왔어요. 조용하고 예쁘긴 한데 전혀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피크 타임, 사람들로 꽉 참", "모든 기계가 켜져 있고 돌아가는 중"을 넣으니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화려함은 색의 문제가 아니라 단위 면적당 사건의 개수였습니다.
나비 온실도 그렇습니다. at every distance가 핵심이었어요 — 가까운 것, 중간 것, 먼 것이 다 있어야 화면이 꽉 찹니다.
모순처럼 들리는데, 가장 화려한 이미지들은 배경이 가장 단순합니다.
페인트 폭발은 완전한 검정 배경이에요. 배경에 뭐라도 있으면 색이 경쟁하느라 힘을 잃습니다.
유리 샹들리에도 흰 아트리움에 걸었습니다. 주변을 비워야 이 정도 복잡함이 견딜 만해져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주인공은 미어터지게, 배경은 텅 비게.
열기구도 두 번 만들었습니다. 첫 번째에 제가 새벽 안개를 넣었거든요. 분위기는 좋았는데 색이 다 죽었습니다.
다시 쓸 때 NOT hazy, NOT misty를 박고 맑은 아침으로 바꿨습니다.
습관적으로 넣는 "안개", "부드러운 빛", "은은한" 같은 단어들이 화려함의 적이었어요. 평소엔 좋은 단어인데 이 작업에서는 아니었습니다.
오로라는 하늘만으로도 화려한데 얼어붙은 호수를 넣으니 두 배가 됐습니다.
젖은 바닥, 유리, 물, 광택 바닥 — 뭐든 반사면이 있으면 같은 노력으로 두 배를 얻습니다.
절제만 하다가 오랜만에 마음껏 터뜨리니 재밌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