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그림"을 만들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여러 번 실패했습니다. 슬픈 얼굴을 넣으면 슬픔이 아니라 슬픈 사람이 되더군요.
그래서 이번엔 규칙을 하나 정하고 시작했습니다. 감정을 그리지 않는다. 대신 그 감정이 남긴 흔적만 그립니다. 아홉 개를 만들었어요.
그리움입니다. 두 사람 몫으로 차려진 상인데 의자는 하나만 빠져 있어요. 차린 사람은 습관으로 차렸고, 그 습관이 곧 감정입니다.
후회. 같은 사람에게 쓴 편지가 봉해진 채 서랍에 쌓여 있습니다. 우표는 없어요.
여기서 결정적이었던 건 the paper yellowed at different rates였습니다. 종이가 서로 다르게 변색됐다고 적으니 한 번에 쓴 게 아니라 여러 해에 걸친 일이 됐어요. 시간이 들어가야 후회가 됩니다. 하루면 그냥 망설임이고요.
체념입니다. 막차가 떠난 정류장에 사람이 앉아 있어요.
프롬프트에서 제일 중요했던 한 줄은 settled rather than distressed였습니다. 괴로워하면 절망이고, 가만히 있으면 체념입니다. 같은 장면인데 자세 하나로 감정이 바뀝니다.
안도도 자세입니다. 신발이 아무렇게나 벗겨져 있어야 해요. 가지런하면 안도가 아닙니다.
질투는 사물이 아니라 구도로 만들었습니다. 밖은 어둡고 건너편 창은 전부 밝아요. 이쪽 창틀은 초점도 안 맞고 불도 안 켜져 있습니다.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위치 자체가 감정이라고 생각했어요. 부러워하는 얼굴은 필요 없었습니다.
결심입니다. 텅 빈 책상에 공책 하나와 연필 한 자루뿐이에요.
다른 여덟 개는 물건을 놓아서 감정을 만들었는데, 이건 치워서 만들었습니다. 비운 자리가 각오로 읽히더군요. Z Image라는 가벼운 모델로 만들었는데 오히려 담백해서 맞았습니다.
설렘 — 초인종 앞에서 멈춘 손입니다. 처음엔 초인종이 아예 안 나왔어요. 손만 벽에 닿아 있어서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는 그림이 됐습니다.
다시 쓸 때 이렇게 적었습니다.
The gap between fingertip and button is clearly visible and is the subject of the photograph. The finger is NOT touching or pressing the button.
간격 자체가 주인공이라고 선언한 게 통했습니다. 돌아보면 설렘이라는 감정이 원래 그런 거예요 — 아직 안 한 일과 할 일 사이의 거리죠.
여러분이라면 어떤 감정을 어떤 사물로 옮기시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