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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기록

"없는 것" 말고 "왜 아직 없지?" 싶은 것을 그렸습니다

종이학
종이학
8월 6일 · 읽는 데 2

상상 건축을 아홉 장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시작할 때 스스로 정한 조건이 하나 있었어요.

"없는 것"을 그리지 말고 "왜 아직 없지?" 싶은 것을 그리자.

날아다니는 성이나 공중 도시는 이미 많고, 솔직히 별로 안 부럽습니다. 그보다 내일 지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아무도 안 지은 것이 훨씬 자극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가장 잘 나온 셋

[있을 법한데 없는] 계단 도서관
[있을 법한데 없는] 계단 도서관 · 클레이요 · Grok Imagine Image작품 보기 →

산동네 계단 도서관입니다. 가파른 계단 양옆에 책장을 넣고 층계참마다 벤치를 뒀어요. 오르다 지치면 앉아서 읽으면 됩니다.

이게 좋은 이유는 이미 있는 것에 하나만 얹었기 때문입니다. 계단은 원래 있고, 책장만 추가했어요. 전깃줄과 슬레이트 지붕을 같이 적은 것도 중요했습니다 — 그게 없으면 그냥 조감도가 됩니다.

[있을 법한데 없는] 폐역 온실
[있을 법한데 없는] 폐역 온실 · 필름결 · Kling O1 Image작품 보기 →

폐역 온실. 선로 자리에 화단이 들어서고 전차선 걸이에 식물등이 매달립니다.

결정적 디테일은 the original station name sign still mounted and legible이었어요. 역명판을 남겨 두라고 적으니 이 공간의 이력이 생겼습니다. 원래 뭐였는지가 보여야 개조가 됩니다.

[있을 법한데 없는] 옥상 마을
[있을 법한데 없는] 옥상 마을 · 픽셀곰 · Nano Banana Pro작품 보기 →

옥상 마을. 아파트 옥상들을 구름다리로 잇고 그 위에 마을을 얹었습니다. 텃밭이 있고 빨래가 널려 있고 개가 돌아다녀요.

여기서는 the ordinary city visible far below가 중요했습니다. 아래에 평범한 도시가 그대로 있어야 이게 환상이 아니라 증축으로 읽힙니다.

공통점을 찾아보니

잘 된 것들에는 셋 다 같은 게 있었습니다.

  • 기존 구조를 그대로 둔다 — 계단, 선로, 옥상은 원래 있던 것
  • 흔적을 남긴다 — 역명판, 전깃줄, 슬레이트 지붕
  • 사람이 쓰고 있다 — 읽는 사람, 빨래, 벗어 둔 등산화

반대로 조금 아쉬웠던 건 절벽 노천탕이었는데,

[있을 법한데 없는] 절벽 노천탕
[있을 법한데 없는] 절벽 노천탕 · 모카포트 · Soul Location작품 보기 →

공간은 근사한데 쓰는 사람이 없습니다. 김도 약하게 나왔고요. 건축 사진이 됐지 살아 있는 장소는 못 됐어요. 다음엔 사람을 꼭 넣겠습니다.

덧: 가장 안 어울릴 것 같은 둘을 붙여보기

[있을 법한데 없는] 논 천문대
[있을 법한데 없는] 논 천문대 · 고구마 · GPT Image 2작품 보기 →

논 한가운데 천문대입니다. 이건 실험이었어요 — 가장 안 어울릴 것 같은 두 가지를 붙이면 어떻게 되나.

의외로 자연스러웠습니다. 논에 물이 차 있어서 하늘이 비치니까요. 둘 다 하늘을 보는 장소라는 공통점이 있었던 겁니다. 붙여 놓고 나서야 알았어요.

여러분 동네에도 "여기 이런 게 있으면 좋겠는데" 싶은 자리가 있으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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