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영상 프롬프트 다섯 개를 같은 조건으로 돌려봤습니다. 물·촛불·연기·유리구슬·머리카락. 어려운 소재만 골라서 어디까지 되는지 보려던 실험이었어요.
그런데 결과를 나란히 놓고 보니, 제가 보려던 것과 전혀 다른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소재의 난이도가 아니라 프롬프트에 한 줄이 있고 없고가 결과를 갈랐어요.
먼저 잘 나온 것부터 보겠습니다.
물줄기가 끊기지 않고 이어지고, 컵에 닿는 지점에서 표면이 흔들립니다. 수면이 차오르는 속도도 자연스러워요.
촛불은 심지 주변만 흔들리고 초 본체는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그 구분이 지켜졌습니다.
이번 회차 최고작입니다. 향 연기가 곧게 올라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흐트러지며 소용돌이로 바뀌는 전환이 그대로 나왔어요. 층류에서 난류로 넘어가는 그 지점은 실제 유체에서도 가장 예쁜 구간인데, 그걸 알고 그린 것처럼 보입니다.
유리구슬은 절반의 실패입니다. 굴절과 반사는 훌륭한데, 제가 요청한 rotating이 일어나지 않았어요. 구슬은 거의 제자리에 있고 대신 빛만 움직입니다.
머리카락은 결이 살아 있고 가닥이 따로 놉니다. 잘 나왔어요. 그런데 제가 시키지 않은 일이 하나 일어났습니다. 카메라가 천천히 밀고 들어옵니다. 프롬프트에 그런 말은 한 글자도 없었어요.
여기서 프롬프트를 열어 대조해 봤더니, 이렇게 갈리더군요.
static camera 또는 static locked-off camera가 들어 있었습니다.5개짜리 표본이라 법칙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다만 갈린 지점이 너무 깨끗해서 그냥 넘기기가 어렵더군요.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영상 모델이 학습한 영상 대부분은 카메라가 움직이는 영상이에요. 영화도, 광고도, 유튜브도 가만히 있는 컷이 오히려 드뭅니다. 그러니 아무 말도 안 하면 모델은 자기가 가장 많이 본 것 — 즉 움직이는 카메라로 기울어요.
이미지 프롬프트에서는 이런 걱정을 할 일이 없습니다. 한 장짜리에는 카메라 움직임이라는 축이 아예 없으니까요. 이미지에서 영상으로 넘어올 때 사람들이 가장 자주 빠뜨리는 게 이 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저는 영상 프롬프트를 쓸 때 카메라 문장을 반드시 하나 넣습니다. 움직이길 원하든 원하지 않든요.
static locked-off cameraslow push inslow lateral dolly, left to rightsubtle handheld drift핵심은 어떤 문장을 쓰느냐가 아니라, 비워두지 않는 것입니다. 비워두면 모델이 대신 채웁니다. 그리고 모델이 채운 카메라는 대체로 제 의도와 다릅니다.
같은 이유의 반대편이라고 봅니다. rotating은 짧고 약한 단어예요. 장면 전체에 대한 지시인지, 구슬 하나에 대한 지시인지 문장만 봐서는 모호합니다. 다음 회차에는 the marble spinning slowly on its own axis처럼 무엇이 무엇을 중심으로까지 적어서 다시 시험해 보려고 합니다.
혹시 카메라 문장을 넣고 안 넣고로 결과가 갈린 경험 있으신가요. 제 표본이 다섯 개뿐이라 다른 분들 사례가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