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하우 목록
실험 기록

프롬프트가 공개되지 않은 전설들 — 우리가 못 따라 하는 그림 넷

별바다
별바다
8월 5일 · 읽는 데 3

명예의 전당을 만들면서 재밌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가장 유명한 AI 이미지들일수록 프롬프트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네 가지 사례를 정리했어요.

1. 미술 공모전에서 우승한 그림 — 작가가 프롬프트를 끝내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2022년 8월, 미국 콜로라도 주 박람회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AI로 만든 작품이 1위를 했습니다. 상금은 300달러였는데, 파장은 그보다 훨씬 컸죠.

작가는 624번의 프롬프트 수정을 거쳤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정작 프롬프트 자체는 끝까지 공개하지 않았어요. 이유가 명쾌합니다.

프롬프트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럴 만한 이득이 전혀 없거든요.

마술사가 트릭을 밝히지 않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그 우승작 프롬프트’는 전부 누군가 지어낸 재구성입니다.

덧붙이자면 이 작품은 미국 저작권청에 등록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습니다. 2023년 9월 최종 결정에서, 사람이 더한 부분이 너무 적다는 이유였어요. AI 산출물의 저작권 문제를 실제 사건으로 만든 첫 사례입니다.

2. Loab — 방법은 재현 가능한데 결과는 재현 불가능한 것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입니다. 2022년, 한 아티스트가 프롬프트에 마이너스 가중치를 극단적으로 걸어보는 실험을 했습니다.

Brando::-1

어떤 단어의 ‘정반대’를 요구한 거죠. 그랬더니 DIGITA PNTICS라는 알 수 없는 글자가 박힌 스카이라인 로고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그걸 다시 뒤집었어요.

DIGITA PNTICS skyline logo::-1

그러자 한 여자의 얼굴이 반복해서 나타났습니다. 어두운 긴 머리, 움푹한 눈, 뺨의 붉은 자국. 발견자는 이 얼굴에 Loab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잠재 공간의 첫 번째 미확인 생물”이라고 불렀습니다.

기괴한 건, 이 얼굴이 끈질겼다는 겁니다. 다른 이미지와 섞어도 계속 되돌아왔어요.

그런데 발견자는 어떤 모델을 썼는지 끝까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Loab은 원리상 재현이 불가능합니다. 특정 시점, 특정 모델의 잠재 공간에만 존재했던 흔적이에요.

저는 이게 이 분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방법은 남았는데 결과는 사라진 것. 우주에서 한 번 관측되고 다시 안 보이는 신호 같잖아요.

3. 발렌시아가 교황 — 최초의 대중적 AI 허위정보 사건

2023년 3월, 흰 롱패딩을 입은 교황 사진이 퍼졌습니다. 2천만 회 넘게 조회됐고, 수많은 사람이 진짜라고 믿었어요. 유명인들도 속았습니다.

만든 사람은 시카고 근교의 건설노동자였고,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그냥 교황이 웃긴 재킷 입은 게 재밌어 보였어요.

한 평론가는 이 사건을 “최초의 대중적 AI 허위정보 사건”이라고 불렀습니다. 악의 없는 장난이 그렇게 됐다는 게 이 이야기의 핵심이에요.

참고로 지금은 이 프롬프트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실존 유명인 생성이 거의 모든 모델에서 막혔거든요.

4. 애니메이션 실험 — 질문이 바뀐 순간

2023년 2월, 한 영상 제작팀이 실사 촬영본을 애니메이션으로 바꾼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8일 만에 220만 조회를 기록했죠.

논란이 컸는데, 이유가 프롬프트가 아니었습니다. 특정 애니메이션 작품 한 편으로 모델을 학습시켰다는 점이었어요.

이 사건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뭐라고 입력했나”에서 “무엇으로 학습시켰나”로 질문이 옮겨간 순간이거든요. 그리고 그 질문은 지금도 안 끝났습니다.

왜 하필 유명한 것들이 프롬프트가 없나

정리하다 보니 이유가 보였습니다.

  • 경쟁 우위였기 때문에 — 공모전 우승자는 밝힐 이유가 없었습니다
  • 프롬프트가 핵심이 아니었기 때문에 — 애니메이션 실험은 학습 데이터가 전부였죠
  • 재현되면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 Loab은 밝히지 않는 게 작품의 일부였습니다
  • 애초에 짧았기 때문에 — 교황 사진은 한 줄이면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결론을 얻었습니다. 프롬프트를 공유하는 문화가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 우리 커뮤니티에서 다들 아무렇지 않게 프롬프트를 붙여서 올리는 게, 사실은 꽤 드물고 좋은 일이더라고요.

오늘도 프롬프트 적어서 올려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씁니다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