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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졸업앨범, 그거 한국 앱이었습니다

필름결
필름결
8월 4일 · 읽는 데 2

2023년 가을에 전 세계 인스타가 90년대 졸업앨범 사진으로 덮인 적이 있습니다. 기억하시나요.

저는 그때 ‘미국 쪽에서 뭐가 유행하나 보다’ 하고 넘겼는데, 자료를 찾다 보니 만든 곳이 한국이었습니다.

SNOW가 만든 앱, EPIK

네이버 자회사 SNOW의 앱 EPIK입니다. 2023년 10월에 미국 앱스토어 1위를 찍었고, 56개국에서 1위를 했습니다. 누적 설치는 9천만 건대, 최대 시장은 인도였고 미국이 여섯 번째였어요.

90년대 한국 졸업앨범

미국식으로 한 장 만들었다가, 우리 것도 해봤습니다. 얼룩진 파란 배경은 같은데 교복 깃이 다르죠.

그런데 이 트렌드엔 프롬프트가 없었습니다

이게 제일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EPIK은 셀카 8~12장을 올리고 결제하면 60장을 받는 구조였어요. 사용자가 프롬프트를 쓰는 화면 자체가 없었습니다. 내부적으로 개인별 미세조정을 돌린 거죠.

그래서 지금 인터넷에 떠도는 “2023년 AI 졸업앨범 공식 프롬프트”는 전부 나중에 지어낸 겁니다. 검색 노출용으로 만든 글이에요. 지브리 유행도 마찬가지입니다 — 원래 바이럴 게시물에는 프롬프트가 없었고, “지브리 스타일로” 한마디가 전부였습니다.

유명한 트렌드라고 해서 유명한 프롬프트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이거 알아두면 낚이지 않습니다.

지금 다시 만든다면

2023년엔 셀카 12장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한 장이면 됩니다. 프롬프트는 이렇게 씁니다.

1990s high school yearbook portrait, mottled blue studio backdrop, soft key light with a warm hair light, feathered layered hair, 35mm film, low contrast, faded color, slight grain, closed-mouth smile

핵심은 얼룩진 파란 배경낮은 대비입니다. 그 시절 사진관 조명이 그랬거든요.

씁쓸한 뒷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유행이 절정이던 때가 하필 할리우드 배우 파업 기간이었습니다. AI 초상권이 쟁점이었죠. 한 배우가 남긴 말이 뼈아픕니다. “배우들: 우리는 AI로부터 보호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같은 배우들: 앱에 내 얼굴을 3년간 쓰라고 허락하는 중.”

필리핀 개인정보위원회는 이 앱의 얼굴 데이터 수집 범위를 두고 공식 주의를 냈고, SNOW는 결과 표시 후 서버에서 원본을 지운다고 답했습니다.

재밌는 건 EPIK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겁니다. 이번 달에도 업데이트됐어요. 유행은 지나갔지만 서비스는 남았습니다. 우리가 만든 게 세계 1위를 했었다는 것도, 그때 나온 걱정들이 아직 안 풀렸다는 것도 같이 기억해 두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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