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를 아직 모르시는 분이 있을까 봐 정리해 둡니다. 우리 커뮤니티가 자랑스러워해도 되는 사건이라고 생각해서요.
2026년 4월 말, 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스레드에 프롬프트를 하나 올립니다. 전문은 이렇습니다.
첨부한 이미지를 개발새발 세상에서 제일 하찮은 선으로 그려줘. 배경은 흰색, 그림판에서 마우스로 그린것 같은 맞는듯 아닌듯 비슷한듯 아닌듯 아리까리하게 픽셀단위의 그림으로 하찮음을 제대로 뽐내줘. 야 됐고 그냥 니맘대로 그려.
“야 됐고 그냥 니맘대로 그려”로 끝나는 프롬프트라니. 처음 봤을 때 웃었는데, 다시 보니 이게 정확한 지시였습니다.
원작자가 남긴 말이 좋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하찮은 프롬프트가 ChatGPT에 들어갔습니다.” 국내에서는 ‘제2의 지브리’라고 불렸죠.

고양이입니다. 다리가 네 개인지 세 개인지 헷갈리고 수염 길이도 제각각인데, 고양이인 건 확실히 알겠어요.

강아지. 다리 길이가 전부 다릅니다. 그런데 꼬리 흔드는 건 알아보겠죠.

커피잔. 손잡이가 엉뚱한 데 붙었습니다. 이게 매력입니다.
원작자가 인터뷰에서 이유를 짚었습니다. 사람들이 정제되고 시네마틱한 고품질 AI 이미지에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는 것.
비교해 보면 확실합니다. 같은 고양이를 힘 잔뜩 줘서 뽑아봤어요.

잘 만들었습니다. 림라이트, 초고해상도 털, 완벽한 대칭. 그런데 어떤가요 — 위의 하찮은 고양이가 더 기억에 남지 않나요.
이 프롬프트는 사실 잘 만든 프롬프트입니다. 모델에게 ‘못 그려라’라고 하면 못 알아듣거든요. 대신 이렇게 말했죠.
영어로 옮기면 drawn with a mouse in MS Paint, wobbly uneven lines, plain white background, crude but still recognizable 정도입니다. 그런데 원문의 한국어가 더 정확해요. ‘아리까리하게’를 영어 한 단어로 옮길 수가 없거든요.
지브리 유행 때 우리는 따라 하는 쪽이었습니다. 이번엔 만든 쪽이었고요.
거기다 이 프롬프트는 특정 작가의 화풍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기법을 지시합니다. 그래서 지브리 때 같은 저작권 논란이 없었어요. 잘 만든 프롬프트가 어떤 건지에 대한 답이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해보세요. 잘 만들려고 애쓰다 지쳤을 때, 한 번쯤 “야 됐고 그냥 니맘대로 그려”라고 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