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에는 오래된 시험지가 있습니다. 새 모델이 나오면 다들 똑같은 문제 몇 개를 넣어보죠. 잘 그리는지 보려는 게 아니라 어디서 무너지는지 보려는 겁니다.
2022년엔 이 문제들이 전멸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프롬프트를 당시 그대로, 한 글자도 안 꾸미고 넣었습니다.
a horse riding an astronaut

2022년의 상징적인 실패였습니다. 아무리 이렇게 써도 사람이 말을 타는 그림만 나왔어요. 모델이 단어는 알아도 누가 누구 위에 있는지는 몰랐던 거죠. 지금은 말이 우주비행사 등에 제대로 올라타 있고, 헬멧 반사에 말이 비치는 디테일까지 넣었습니다. 통과
a glass of wine filled to the brim

이건 학습 데이터의 편향 문제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와인 사진은 3분의 1만 따라져 있거든요. 그래서 모델은 "가득"을 몰랐습니다. 지금은 넘쳐서 테이블까지 흘렀네요. 통과
an analog clock showing 3:15

여기서 걸렸습니다. 광고용 시계 사진이 죄다 10시 10분이라, 모델은 시곗바늘을 시간이 아니라 장식으로 배웠어요. 이번엔 10시 10분은 피했는데, 자세히 보면 검은 바늘이 하나뿐입니다. 3시 15분이면 분침은 3을, 시침은 3을 조금 지난 곳을 가리켜야 하니 겹칠 수가 없죠. 실패
a room with absolutely no elephants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 문제입니다. 예전 모델은 부정을 못 읽어서 오히려 코끼리를 그렸어요. 결과는 평범하고 아늑한 거실. 코끼리 없습니다. 통과 — 다만 이건 요즘 모델이 부정어를 이해해서라기보다, 애초에 코끼리를 그릴 이유가 없어서에 가깝습니다.
a person writing with their left hand

가장 흥미로운 결과입니다. 왼손으로 펜을 쥔 건 맞았어요. 손가락도 다섯 개고 자세도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공책을 보세요. 글씨가 통째로 거꾸로 뒤집혀 있습니다.
3년 전엔 0점이었을 시험지입니다. 그런데 남은 실패 두 개가 같은 곳을 가리킵니다.
모델은 이제 사물을 압니다. 하지만 관계와 방향은 아직 약합니다. 시곗바늘이 어디를 가리켜야 하는지, 글씨가 어느 쪽으로 놓여야 하는지 — 이건 ‘무엇을 그리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놓는가’의 문제거든요.
그래서 실무에서는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시간·글자·좌우가 중요한 그림이면 생성에 맡기지 말고 나중에 얹으세요. 시계는 바늘 없는 시계를 뽑아서 그리고, 글자는 빈 자리를 만들어 조판하고요.
여러분의 시험지에는 어떤 문제가 있나요. 잘 안 되는 프롬프트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음 회차에 같이 풀어보겠습니다 🍠